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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LG에너지솔루션 상장 논란 재점화…주주권리 뒷전인 한국 자본시장

증권업계, LG화학 배터리 부문 상장시 적정 가치 대폭 하락 전망
권순우 기자



CS증권이 LG화학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CS증권은 매수의견을 매도의견으로 바꾸고 목표주가를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기업가치가 한순간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CS증권이 적정 기업가치를 대폭 낮춘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문이다. 같은 때 메리츠증권도 LG화학의 목표주가가 현재 120만원에서 78~80만원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전지부문 가치는 77조원인데 올해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 전지사업의 기업가치는 지주사 할인율 50%를 적용해 46조원으로 변경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 배터리 사업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분할을 할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 당시 차동석 LG화학 부사장은 “기업공개를 바로 추진한다 해도 절차에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기업공개 관례상 비중은 20~30% 수준이 될 것”이라며 상장을 기정사실화 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은 반발했지만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압도적인 찬성에 힘입어 63.8% 찬성으로 분할 안건은 통과됐다. 메리츠증권, 신영증권, 삼성증권 등은 목표주가를 올렸다. 분할 당시에는 기업 가치가 높아질 거라고 했던 전문가들이 막상 상장이 가시화되자 입장을 바꾸는 모양새다.

한 기관투자자는 “물적분할의 경우 반대를 하려면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보다는 매도로 대응하거나 당장 상장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도 공식적으로 반대를 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회사 할인율 50%.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이 분할 상장이 되면 지분 가치의 절반이 날아간다는 의미다. LG그룹의 대주주들은 그룹 계열사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은 이번 구조 개편으로 큰 피해를 본다. 내가 가진 LG화학의 주가가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떨어진다는데 주주들이 찬성하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해하기 힘든 풍경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자회사 상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이중적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상장한다고 해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고 목표주가가 반토믹이 났다. 카카오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50배에 달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는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비슷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의 주가수익비율(PER)이 60배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카카오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중요한 논거는 자회사 상장이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상장하면 지분 가치 합계만 하더라도 카카오 시가총액을 훌쩍 넘을 거라는 주장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를 상장시킨다는 이유로 기업가치 악화를 우려하는데 왜 카카오는 자회사 상장 기대로 높은 기업 가치가 인정 되는 것인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SK그룹은 아예 자회사 상장을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제시했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상장시켰고 원스토어, SK실트론 등 다른 계열사들의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9조원인 시가총액을 2025년까지 140조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자회사 가치를 모회사가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을 보면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는 경우를 보기 쉽지 않다. 알파벳은 구글, 유튜브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자회사를 상장시키지 않는다. 일본이 그나마 모자 회사 동시 상장 기업들이 좀 있다. 하지만 최근 자회사 지분을 100% 사들여 상장을 철회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자금을 쏟아 부어 자회사를 상장폐지 시킨 기업이 십여개에 달한다.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는 자회사인 이동통신 회사 NTT 도코모에 대해 46조원을 쏟아 부어 공개매수 했다. 자회사를 상장폐지 시킨 이유는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사와다 준 NTT 사장은 “소액주주들과의 이해관계를 고민하다보니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소니는 소니파이낸셜홀딩스를, 이토추상사는 패밀리마트를 각각 약 4조원, 6조원을 투입해 상장폐지를 시켰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일본은 복수 상장 기업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문제 인식을 하고 이해상충 제거를 위해 자회사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자회사 상장을 안 시키는 이유는 이해상충 문제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자회사 상장이 많은 이유는 이해상충의 주체인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주주 입장에서 자회사 상장은 자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주주간 이해상충으로 인한 지배구조 위험이 커지는 단점이 있는데, 한국은 그 소수주주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현실으니 자회사 상장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또 외국에서는 주주간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소액주주들이 이사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선다. 한국은 주주권익이 침해 될 경우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집단 소송제의 경우 집단소송제의 경우 증권 분야에 한해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6심제’로 돼 있어 소송 허가를 받는 데만 5~6년이 걸린다.

요즘 기업들은 누구나 ESG를 이야기 한다. G, 지배구조의 핵심은 대주주, 경영진과 소액주주들 사이의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모든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사회가 주주들을 대리해 경영진을 감시하는 것이 주식회사 지배구조의 본질이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한국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복수상장은 전혀 당연하게 아니”라며 “ESG를 강조하면서 지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자회사 상장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중공업이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조선해양 산하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까지 3개 회사가 상장되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은 3개 상장된 회사의 기업가치를 오롯히 인정 받을 수 있을지, 반대로 현대중공업 주주들은 한국조선해양이 나머지 계열사까지 염두에 두고 하는 의사결정에 만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현대건설의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도 주관사 선정 등 상장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기업들은 코스피 지수 상승과 IPO 열풍을 보며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 현대건설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는 없을까?

주주간 이해상충 위험이 있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씁쓸하게도 우리 자본시장은 아직 기본적인 문제의식 조차 갖고 있지 않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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