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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두 달 만에 불화수소 국산화?…숨 가빴던 '6년' 덕분

불화수소 국산화, '6년 전 기술개발·1년 전 생산설비 증설·올해 대기업 태도 변화' 삼박자 맞았다
소재·부품 국산화 호재지만…단기간 극일(克日)에는 신중해야
고장석 기자

"뉴스에 2개월 만에 국산화 했다고 나오지만 6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죠."
"하루아침에 뚝딱해서 극일(克日)하자는 것은 택도 없습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선언한 지 두 달 만에 우리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불화수소의 국산화를 이뤄냈습니다.

얼핏 보면 ‘마음만 먹으면 두 달이면 일본 기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이해하기 쉽지만, 그 배경에는 수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중소 소재·부품 기업들의 노력이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들의 국산 제품 도입이 확대되면서 국내 중소‧소재 부품 기업들은 밤을 새워가며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불화수소 원료의 정제기술을 가진 소재 기업 솔브레인의 엔지니어들은 최근 두 달 동안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일하기 위해 정부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치도 신청했습니다.

6년 전부터 개발해 왔던 자사의 불화수소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면서, 현장 테스트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한 뒤부터 바로 국산 제품을 생산라인에 투입해 테스트했다"며 "엔지니어들이 밤을 새워 일하며 대기업들과 보폭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솔브레인과 램테크놀러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불화수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민감도가 낮은 반도체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될 도입될 전망입니다.

업계에서는 불화수소를 국산화하는 데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것보다 4개월이나 앞당긴 겁니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머니투데이)

◆ 불화수소 국산화, '6년 전 기술개발·1년 전 생산설비 증설·올해 대기업 태도 변화' 3박자 맞았다

빠르게 불화수소를 국산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해 온 상황에서, 수출규제를 계기로 수요자인 대기업이 국산 제품을 적극적으로 테스트하며 호응한 덕분입니다.

수년 전부터 불화수소 정제 기술을 개발해 온 소재 기업들은, 지난 2013년 특허 등을 따며 본격적으로 불화수소 국산화를 준비했습니다.

다만 효율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섣불리 우리 기업 제품을 쓰지 못했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사줄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생산설비에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국산화는 흐지부지 됐습니다.

설비를 짓는 데만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이 드는데, 제품이 성공적으로 나올지‧대기업이 사용해 줄지를 고려하면 소위 ‘채산성’이 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에야 겨우 이뤄졌습니다.

수출규제가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일본이 한국으로 수출 예정이던 불화수소 물량을 승인하지 않았다가 이틀 만에 허가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습니다.

일명 '불산파동'이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는 여유 물량을 위해 국내 불화수소 업체들에 생산라인 증설을 요구했고, 타이밍 좋게도 이번 달에 증설이 완공되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막자 삼성 내에서 반도체 라인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그때 삼성에서 급히 국내 업체들에 생산라인 증설을 요청했다"고 당시를 회상합니다.

결정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산 소재에 대한 대기업들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예고한 7월부터, 대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국산 불화수소가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는지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해 테스트에 착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민감도가 낮은 반도체 공정부터 일본산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대체했고, SK하이닉스도 곧 양산라인에 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불화수소 교체와 관련한 반도체 수율 검증에 최소 2달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발 빠르게 국산화 작업에 착수한 겁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국내에 있는 기업들이 고난도 기술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면 대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번 불화수소와 같이 평가해 준다면 빠른 속도로 국산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년 전부터 기술을 개발하며 저력을 쌓아온 소재·부품 기업들, 지난해 불산파동으로 늘리기를 결정한 생산설비, 최근 대기업의 태도 변화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에 불화수소의 국산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겁니다.


◆소재·부품 국산화 호재지만…단기간 극일(克日)에는 신중해야

지금 반도체 업계의 목표이자 가장 경계하는 말은 ‘일본을 극복하자는 극일(克日)’입니다.

수년 전부터 미리 준비해 온 불화수소와 달리,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아직 우리나라의 기술이 일본에 미치지 못 합니다.

업계에서는 동진쎄미켐 등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 3~5년은 더 있어야 일본산과 견줄수 있는 품질이 나올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의 경우에는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운 좋게 국산화가 빠르게 이뤄졌지만 다른 소재부품들은 다르다”며 "반도체 공정에는 불화수소 말고도 수많은 소재·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일본에서 정말 한번 싸워보자고 드라이브를 걸면 반도체 라인 자체가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분명 몇몇 기업에게 일본의 수출규제는 호재로 작용한다"면서도 "모든 부품과 소재를 국산화 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국산화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산화의 목표는 '소재 수급처의 다변화'로, 업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가 빨리 원상복귀 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장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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